간혹 대변에 선홍빛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를 혈변이라고 부르는데, 항문을 휴지로 닦으면 피가 묻어있습니다.
혈변을 단순 치핵(치질)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혈변은 소화기관의 건강 이상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혈변이 있으면 치핵·대장암·대장용종·대장게실·허혈성대장염·염증성장질환 등 의심할 수 있는 질환이 많고, 항문이 찢어져도 일시적으로 혈변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의심할 수 있는 질환이나 상황이 다양하다 보니, 잘못 알고 있는 속설도 많습니다. 혈변과 관련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겠습니다.
혈변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홍빛 혈변의 원인을 단순 항문 질환인 치핵(치질)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치핵이 있을 때 선홍빛 혈변을 보는 건 맞다. 그러나 혈변이 모두 치핵 때문만은 아닙니다. 혈변의 색깔은 소화기관의 어느 부분에 문제가 생겼는지를 보여줄 뿐입니다. 색깔로 질병을 구별할 수는 없습니다.
선홍색이면 항문과 비교적 가까운 직장, 대장에 문제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치핵이 아니라 대장에 암이 생긴 경우에도 선홍빛 혈변을 볼 수 있습니다. 의료진과 상담한 후 정확한 혈변의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선홍빛 혈변이 무조건 치핵 때문만이 아니듯, 흑색 혈변도 무조건 암의 신호는 아닙니다. 흑색 혈변은 상부 위장관(식도, 위, 십이지장 등)에 출혈이 있다는 신호입니다. 대변이 직장·항문을 향해 내려오면서 그 속의 혈액이 산소와 만나 산화돼 흑색으로 변한 것입니다.
위궤양이 있거나 상부 위장관 점막에 상처가 생겼을 때도 흑색 혈변을 볼 수 있습니다. 흑색 혈변을 봤다고 해서 덜컥 암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땐 상부 위장관 상태를 볼 수 있는 위내시경 검사를 하면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40대 미만이라면 대부분 치핵이 혈변의 원인입니다. 그러나 염증성장질환을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염증성장질환은 소화기관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난치성 질환을 말하며, 그중에서도 궤양성대장염의 주요 증상이 혈변입니다.
혈변과 함께 설사나 점액 변이 동반되면 궤양성대장염을 의심하고 대장내시경과 혈액검사를 해봐야 합니다. 점액 변은 콧물 같은 점액이 섞여 나오는 대변을 이릅니다. 만약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젊은 사람이 혈변을 봤다면 암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50세 미만 혈변 환자 중 5%가 대장암, 23%가 양성종양이 발견됐다는 국내의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혈변을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생명에 지장이 있는 위험한 상황일 수 있습니다. 허혈성대장염이나 대장게실 때문에 혈변을 본 것이면, 과다 출혈로 이어져 쇼크로 사망하기도 합니다.
허혈성대장염은 대장 혈류가 감소해 염증·괴사가 일어나는 질환을 말하며, 대장게실은 대장벽이 늘어져 튀어나온 것입니다.
고혈압·당뇨병이 있는 사람이 갑자기 좌측 하복부에 통증이 느껴지면서 혈변을 봤다면 허혈성대장염을 의심해야 합니다. 노인 중 대변을 볼 때 선홍빛 혈액이 함께 나오면서 배가 빵빵하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지러우면 대장게실로 인한 출혈일 수 있습니다. 이 두 경우 모두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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